올해 우리 학교에서는 총학생회 결성이 무산됐다. 투표율 미달이 원인이었다. 선관위의 소홀도 지적되지만, 학생회 후보와 유권자의 책임도 없지않아 있다. 투표에 참가할 학생들이 과제에 치여서 바쁘기 때문에 혹은 그들이 학생사회에 무관심하거나 학생회 구성에 반대하기 때문에, 무슨 이유에서든 우리 학교에서는 투표율 미달로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못했다.
하지만 마포구의 한 미술대학에선 조금 다른 풍경이 그려지고 있다. 주인공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희강(시각디자인과 09학번) 씨로, ‘바람'이란 슬로건을 갖고 뛰는 미대 학생회 회장이다. ‘미술대학에서 부는 새로운 흐름, 바람’
지난 14일 이른 오전, 홍익대학교 학생회관에서 서희강 씨를 만났다. 작년 11월에 당선되어 올 1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수염 덥수룩한 그에게서 학생회의 가치는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우리 학교는 투표율 미달로 학생회가 못 꾸려졌다. 홍익대 학생들은 선거에 많이 관심을 갖는 편인가?
우리 미술대학 학생들이 다른 단과대 학생들에 비해 학생회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알기로는 투표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기는 하지만, 그나마 홍대가 다른 학교보다는 학생회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편인 것 같다.
언제부터 학생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학생회장이 되기 전에 무슨 활동을 했는지도 궁금하다.
출마를 생각한건 학교생활 3년차인 2012년부터다. 1학년 마치고 2010년에 시각디자인과 자치기획부에서 일했다. 작년에는 미술대학 학생회에서 자치기획부를 했다.
학생회장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한 일은 무엇인가?
우선 임기를 시작한 시점보단 선거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얘기해야겠다. 주로 교육권 운동을 같이 했던 사람들 중 마음이 맞았던 사람들과 선거본부를 꾸렸다. 함께 했던 부후보 박은정씨(목조형가구학과)도 과에서 교육권 운동을 주도했던 친구고. 집행부장도 예술학과에서 교육권 운동을 했던 친구다. 선본을 구성하며, 학생회의 역할이 무엇인가 등에 대해 많이 토론했다. 그에 관한 세미나도 함께 했고.
“학생회는 관점이 있어야 한다”
맞는 말이지만, 그 전에 ‘관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회가 ‘교육권’에 대해, 그리고 어떤 ‘사회 문제’에 대해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걸 먼저 학생들에게 공표해야 한다. 그 이후에 학생들 의견이 다르면 수렴할 건 수렴하고, 설득할 건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회의 위기가 심화되는 이유는 학생들도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것을 말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구 잘못이라는 말이 아니라, 현상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개강총회 같은 것이 있긴 하지만 일회적이라는 생각이다. 보다 어떠한 체계를 만들자고 생각 했다.
체계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우리는 무엇보다 학생들 서로간의 친밀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행사를 많이 만들려 했다. 원래 홍익대 미대에는 행사가 많다. 새내기배움터부터 시작해, 대동제를 비롯해 행사가 꾸준히 있다. 하지만 대동제를 거치고 난 뒤, 학생들이 공동체로부터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원인이 뭘까 고민하고 있다만, 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많은 것을 느끼고 남기기 보다 학생회가 학생회 자신을 위해 행사를 꾸리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그러니 학생들이 지친다. 학생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남길 수 있는 행사들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계속 해야겠다.
“경험 있는 집행부가 필요하다”
사업의 맥락이 끊기는 경우는 거의 없는 편이다. 학생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출마하기 때문이다. 홍대 미대 같은 경우는 회장과 부회장 중 한 명은 반드시 학과 학생회장이나 미술대학 중앙집행부를 경험한 사람으로 구성된다. 명문화된 건 아니지만 거의 불문율처럼 여겨진다. 특히 미대 학생회는 하는 일이 많아, 경험이 없으면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다. 나도 과 집행부 2년에 미대 학생회 1년 했는데도, 올해 초반에 실무에 허덕일 정도였다.
이번 학기에 방점을 두고 있는 학생회 사업을 소개해달라.
이후에 하고자 하는 것은 지난 4월 8일에 있었던 학생총회 이후의 흐름을 만들고자 하는 것인데, 의결된 사항은 세 가지다. 첫번째는 미술대학 학생들이 꿈꾸는 대학 요구안 수용이다. 총 20가지 조항으로 되어 있다. 학총에서 가결되었으므로 미술대 학생회 집행부만의 의견이 아니라, 모든 미술대 학생들의 요구다. 둘째, 정부 대학 구조개혁 평가의 문제점을 시민들에게 알리러 홍대 앞에서 거리 행진을 하자는 안이다. 93%이 동의로 가결되었다. 셋째, 미술대학 신축건물 공사 저지를 위한 농성이 필요하다고 미술대학 학생회에서 판단하여 진행할 시 동의여부에 관한 안이며, 이 안건도 모두의 동의로 가결되었다.
이제 남은 일은 미술대 학생들이 꿈꾸는 대학 요구안이 수용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간 축제에서 꾸준히 문제가 되었던 노출 문제라든가, 주점에서 너무 매출에 신경쓰는 것 같다는 문제들 정도가 남았다. 한편 대동제 때마다 청소하시는 분들이 다음 날 아침에 치울 게 너무 많으니까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등의 문제도 있다. 그 외에는 강연사업으로 준비 중인 <관점 있는 0학점 강의>가 있다.
“공동체의 경험을 남겨야 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학생회의 가치란?
학생들이 학교에서 파편화되지 않고 공동체의 경험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 와서 외롭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공동체가 실패했다는 뜻같다. 단순히 ‘다 같이 엠티 가야지’하는 생각을 넘어,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 역시 공동체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학생회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고 생각한다.선배들이 어떻게 이끌어주는 지에 따라 대학 이전 생활과 대학 생활이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형태만 남은 공동체가 아니라 내실화된 공동체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본다면 개인의 안정감 때문에도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취업을 목표로 한다고 하더라도, ‘공동체’ 안에서 정보를 더 쉽게 얻을 수도 있다.
미대 얘기를 하자면 공동으로 해야 하는 과제나 프로젝트가 굉장히 많다. 그래서 재료를 공동으로 구매 한다든가, 실기실 청소를 한다든가 하는 일에 주도적으로 일하는 그룹이 필요하다. 개인들로 파편화되어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대학 안에 많다고 생각한다. 공동체의 이름으로, 학생들이 학내에서 겪는 문제들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많지 않을까?
학생회가 학내 안건만 다루어야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도 있다.
학생회는 학생들의 고민을 공유하고, 관점을 제시하는 공동체라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교육권을 넘어서 청년 문제와 같은 사회문제를 얘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작년까지는 “전임교수 확보해달라”거나 “학교 공간을 24시간 개방해달라” 정도까지만 한계를 두자는 분위기였는데, 올해는 다르다. 학내에만 갇히는 것이 아니라 학내, 학외를 가르지 않는 사안들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학생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부 정책이 잘못되었으면 비판해야한다.
예를 들면, 우리의 주된 사업 중 ‘정당한 댓가 캠페인단’이라는 게 있다. 취지는 청년 예술인들이 노동할 때 받아야할 정당한 댓가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학생회가 먼저 열정 착취, 열정 페이에 대해 학생들이 토론할 공간을 열 수 있지 않을까?
(서이다 기자·이유진 수습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