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한 외침

‘총장과의 대화’ 통해 대필 도우미 처우 개선 요구
15년 1학기부터 일부 수정·수용

이길보라(영상원 방송영상과 09) 씨는 지난해 9월 우리 학교 학내 포털사이트의 ‘총장과의 대화’ 게시판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님과 학교에 건의합니다’라는 제목의 긴 글을 올렸다. 장애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여러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특히 청각장애 학생의 경우)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점이 많다는 내용이었다.

“저의 부모님은 청각장애 2급의 장애를 갖고 있다. 그래서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장애 이슈와 친숙할 수밖에 없었다”며 글을 시작한 이길 씨는 “몇 년 전 우리 학교에서 장애 학생 특별입학 제도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언론 보도를 통해 듣고, 학내 포털사이트에 뜬 공고를 통해 수화통역 및 대필 도우미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길 씨는 2014년 1학기 수업 대필 도우미로 활동하며 청각장애가 있는 예술사와 예술전문사 신입생의 학습을 도왔다. 수업 대필 도우미의 역할은 청각장애 학생이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수업 중 교수나 다른 학생의 말을 노트북으로 일일이 속기하는 것이다. 그는 “(대필 도우미로 활동하는 것은) 고단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또 다른 배움이기도 했다”면서도, “대필 도우미가 되어 장애학생들을 돕다 보니 이 시스템에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글을 쓰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주요 건의 사항으로 △청각장애 학생 대필 도우미에게 지급되는 수당 인상 △전문 속기사 고용 △장애학생지원센터 인원 충원 과 센터장 정규직 전환 등을 꼽았다.

이길 씨가 대필 도우미로 활동하던 2014년 1학기 당시 대필 도우미에게는 대필하는 수업의 학점당 8,000원이 지급되었다. 이길 씨는 “(수업 대필은 단순 속기가 아니라) 수업을 듣는 내내 교수님의 억양과 수강생들의 말투까지 정확하게 옮겨야 한다”며 “한 시간 정도는 집중하여 대필하지만 나머지 시간에는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비교적 질이 낮은 대필을 할 수밖에 없다”며 대필 도우미의 노동 강도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학점보다 많은 시간을 강의하는 일부 수업의 경우(가령 2학점 수업인데도 3시간 강의가 이루어지는 수업) 학점당 계산되는 수고비와 실제 노동 시간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수고비 인상과 학점제가 아닌 시간제 계산으로의 전환을 요청하며 “이 문제는 단순히 개인이 수당을 더 지급받는 문제가 아니라 대필 도우미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고쳐져야 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현재 청각장애 대필 도우미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시간당 10,000원으로 인상되었다.

또한, 이길 씨는 전문 속기사 고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교 학생들이 대필 도우미를 하게 되면 장애학생과 시간표를 맞춰야 하는 문제, 검증되지 않은 타자 실력으로 인한 문제 등으로 인해 정작 장애 학생들이 불편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권예린(미술원 조형예술과 14) 씨는 “혼자 수업을 들어야 했던 초·중·고등학교 때에 비하면 대필 도우미가 정말 큰 도움이 된다”며 “수업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도, “다만 대필 도우미는 학교 학생들이 하는 것이다 보니 예정에 없이 수업에 안 오거나 대필한 파일을 일주일이 지나서 주는 경우도 있어 불편한 점도 많다”고 말했다. 또한 “대필 도우미를 모집할 때 일정을 맞추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이길 씨가 게시물을 올린 이후, 2015년 1학기부터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는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전문 속기사를 소개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서이다 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2015.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