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롯데리아로 간다


인간은 어떤 단순한 행동 또는 선택에 수만 가지 이유를 갖다댈 수 있다(이미 라깡은 “결과가 원인에 선행한다”고 증언한 바 있다). 나—인간—는 항상 그렇게 해왔다. 그중 몇 가지 이유를 괜히 포스터로 만들어 보았다. 과제를 다 하기엔 분량이 너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또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이다. 또 요즘 (아마도 다른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창작열이 불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향토색 논쟁’이 상당히 무의미한 것이라고 나는 믿기 때문이다. 또 〈버드맨〉을 극장에서 봤는데 너무 구렸기 때문이다. 또 국무총리가 (늘 그래왔듯이) 거짓을 말했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이 전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비행기에 탔기 때문이다. 사람도 별로 없는데 무엇 때문인지 도서관 와이파이가 안 잡혀서 나는 이것을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전화기 핫스팟까지 켜야 했다. 그런 필요 없는 수고를 구태여 할 정도로 나는 정말이지 과제가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