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면옥에 처음 가봤다. 냉면은 을지면옥의 그것과 상당히 비슷한데 나는 을지면옥이 조금 더 좋았다. 을지면옥과 비슷한 이유는 원래 같은 집안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이라고. 을지면옥과 비교해서 그렇지 이곳 냉면도 기본적으로 이름값은 하는 듯 하다.
한편 만두의 존재감이 엄청나다. 모양이 예쁘장한 것도 아니고 만두피도 엄청 두껍고 속도 별다를 게 없는 투박한 고기만두인데 젓가락질을 멈추지 못하게 하는 그 매력은 어디서 오는 건지. 더군다나 날씨가 추워서 더 좋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만두는 거의 주문과 동시에 나오고 냉면은 그보다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만두 접시만 밋밋한 흰색 사기 그릇이고 나머지 냉면 그릇과 겉절이, 무 등을 담는 그릇은 모두 스텐. 단순하고 실용적인 식기에 단순하고 아름다운 음식을 담아 먹는 즐거움은 어떤 화려한 식사와도 견줄 만 하다.
공간도 마음에 들었는데, 한국의 오래된 건물 특유의 창문(그걸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으로 햇빛이 정말 따사롭게 들어온다. 구식 석유 난로 위에서는 낡은 주전자에 담긴 메밀차가 보글보글 끓고 노년의 중산층 남성 여럿이 익숙한 자세로 탁자를 차지하고 있다. 아늑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