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정말로 오랜만에 술 마셨다. 버니니 한 병, 칭다오 한 병. 버니니를 처음 맛보았고 칭다오를 이전에 한 번 마셔 보았는지 기억 안 났다. 나는 술을 천천히 마셨다.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보았고 누구와 누군 다투었고 또 다른 누군 잠깐 울었다. 누군 지난 기억에 기대어 이야기했고 누군 앞으로 무엇을 할 지 이야기했다. 내가 입 안에서 얼음을 녹이는 동안 탁자 위에 빈 술병이 늘었다. 별은 원래 저 위에 있는 건데 사람들은 여기에 별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별도 우리의 외투를 벗길 만큼 충분히 가까이 있지는 않았다.
일어나서 미술관에 갔다. 나는 대학생이어서 국립현대미술관에 공짜로 입장했다. 이곳은 별빛보다 따뜻했기 때문에 나는 곧 외투를 벗어 어깨에 걸쳤다. 전시장에서 부모들이 그들의 아직 어린 자식들에게 이 작품이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해주려고 애썼지만 대개 실패했다. 어떤 부모들은 자신들의 지성이 바닥을 드러내자 하는 수 없이 자식들에게 오디오 가이드를 열심히 들을 것을 명령하는 추태를 보였다. 나는 그 부모들이 안 그랬으면 했다.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눈앞에 있는 것을 신기해하는 데 힘 쏟았다. 나는 그들이 요즘의 영화와 요즘의 전시와 요즘의 아이패드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나는 점점 배가 많이 고파서 친구 ㅎ을 불러내 버섯 샐러드와 봉골레 파스타를 먹고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빵을 잘라 먹었다. 로마를 여행하던 때 생각이 났다. 여름이었고 햇빛이 무척 강했고 그래도 나는 뜨거운 커피만 마셨다. 그때 함께 식사했던 사람은 저번에는 타이에 있다 들었는데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ㅎ은 커피를 홀짝이며 내년에는 이름만 들어본 땅으로 떠날 거라고 말했다. 나는 얼마 전에 만났던 사람에 대해 좀 이야기했고 내년에는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해보려다 그만두었다. 그사이 저녁은 밤이 되었고 우리는 추운 밤길을 걸었다. 나는 목도리를 두르고 나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