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다크 써티 Zero Dark Thirty>(2012)

후반부의 제로니모 작전 시퀀스야말로 캐서린 비글로우 영화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장면이다. <허트 로커 The Hurt Locker>(2008)의 폭발물 해체 시퀀스에서도 그랬듯, 영화의 서사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영화적 과장은 오히려 절제된다. 클로즈업이 거의 사용되지 않고 감정의 변화도 나타나지 않는다. 카메라는 전쟁 기록 푸티지를 연상케하는 움직임으로 작전의 진행 과정을 좇을 뿐. 이 건조한 시선이 가 닿는 곳에는 정교하고 치밀한 미국의 전쟁이 있다. 미군 특수부대원들은 (이것이 '실제 상황'임에도) 지나치리만치 침착하다. 스텔스 헬기와 야간 투시경을 앞세워 마치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처럼 손쉽게 적을 제거해나간다. 

역설적으로, 여기서 예기치 못한 영화적 힘이 생겨난다. 미국의 전쟁은 그것이 실재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극영화가 대체로 가상의 인물과 사건을 실재하는 것처럼 그려낸다는 점에 비춰보면, 미국의 전쟁은 다분히 영화적인 것이다. 오늘날 만들어지는 전쟁에 관한 극영화를 어떤 개념적인 거울에 비춘다면 아마도 동시대 미국의 전쟁에 해당하는 상이 나타날 것이다. 영화는 바로 이 지점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무미건조한 전쟁의 표면에서 그 내장 속에 든 영화적 광기를 포착해내는 능력이야말로 이 영화의 커다란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