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랑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로 떠났다. 여행이었던 것 같다. 도착한 도시는 도로가 좁았고 커다란 건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버스를 또 몇 시간 탔다. 버스 기사는 경적을 울리는 데에 망설임이 없었다. 일몰을 관찰할 수 있는 어떤 바닷가 관광지에 갔는데 노점에서 셀카봉 따위를 팔고 있었다. 불안했다. 한국 같잖아?
미심쩍은 마음으로 다시 도시에 돌아와서 낮에 보았던 곳을 다시 가보고, 여기는 한국이라고 확신했다. 왠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꿈 속의 나는 아마도 한국을 굉장히 떠나고 싶어한 모양이었다. 그걸 깨닫는 순간의 공포감을 아직도 기억한다.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전부 착각이었다니, 주저앉아서 펑펑 울었다. 동행은 주저앉아있는 내 등을 손가락으로 꾹꾹 찌르다가 언젠가부터 곁에 없었다. 잠시 후에 나는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그곳은 독일이었고, 한국인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 발전해서 만들어진 도시라고 했다.
그리고 잠에서 깨었다. 나는 여전히 한국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