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피곤이 몸에 배어 가시질 않는다. 하루의 절반 이상 잠만 자도 일어나면 여전히 피곤하다. 그냥 요즘 잠이 많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그게 아님을 깨달았다. 건강을 조심하거나 건강하다고 착각하는 일을 조심해야 한다. 나는 건강하기에는 사소한 일에 신경을 너무 많이 쓰고 건강하지 않은 일을 너무 많이 저지른다.
어제는 화려하고 처절한 꿈을 꾸었다. 긴 꿈이었다. 그 여자와 나는 무언가로부터 끊임없이 도망다녀야 했다. 우리 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가 죽음의 공포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나는 너무 숨이 차서 건강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공포는 너무나 직설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것이어서, 누구나 자신이 도망치기를 멈추는 순간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도 죽지 않았다. 나는 그 여자가 언제부터 내 옆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깨어 보니 내 몸은 몸살 비슷한 것과 싸우고 있었고 나는 그대로 누워서 한참을 더 끙끙댔다. 다른 사람들이 하루 일과를 준비하며 내는 소리들이 스치듯 지나갔다. 아마도 이쯤부터 내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자고 있는 것인지 헤아리기를 그만두었을 것이다. 방학의 요일들은 어느 정도 무의미하다. 나는 강바닥처럼 침대에 누워서 아주 오랫동안 내려오지 않았다. 내 위로 강물이 흘렀다. 나는 눈을 감은 채, 처음에는 이 방의 건조한 공기에 대한 불만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다가 그 후에는 어제 읽은 어떤 책의 한 대목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다음 순간에는 어제 처음 먹어 본 음식에 대해 생각했다.
이중 마지막 생각은 나를 퍽 괴롭게 했는데, 왜냐하면 그 음식이 너무 매웠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산하고 나오면서 식당 주인에게 “음식이 맛있네요”라는 말을 건넸기 때문이다. 고백하건대, 그것은 진심이 아니었다. 그 음식은 너무 매웠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고, 오히려 싼 가격을 생각하면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기 때문에 나는 이 음식이 좋은지 싫은지 판단하는 데 적잖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음식이 맛있네요”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나는 나의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순간부터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섣불리 언어를 사용한 자신을 저주하며 식당 주인이 나의 거짓됨을 알아차렸을까봐 걱정해야 했다. (다행히 함께 있던 사람들과의 대화가 계속 이어졌기 때문에 곧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 모든 생각들은 피곤을 잊는 데 좀 도움이 되었다.
몇 시간 후에 나는 방에 앉아 있다가 타는 냄새를 맡았다. 기숙사에 불이 났나 싶었다. 죽음을 맞이할 기회는 도처에 널려 있다. 어떤 경보음도 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불안함을 더 크게 만들었는데, 그것은 오래된 건물에 대한 깊은 불신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나는 아마도 전열기구 같은 것을 다루는 데 부주의했던 누군가를 원망함과 동시에 잠시 동안 이곳에서 탈출할 때 꼭 챙겨야 할 물건들의 목록을 작성하려고 애썼지만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맡은 냄새는 부엌에서 누군가가 계란을 삶다가 태워먹은 냄비에서 나는 것이었다. 오늘도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