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의 행복

어젯밤 꿈에서 마신 딸기우유 향이 코끝을 떠나지 않아서 딸기우유를 사 마시고 있다. 딸기우유를 자주 마시지는 않는데, 가끔 딸기우유를 마시지 않으면 살 수가 없을 때가 있지. 딸기우유를 마시면 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언제나 딸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어릴 적에 한 번은 씨리얼을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먹어 보고 싶어서 기어이 씨리얼에 딸기를 넣어 먹었더니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맛있었다. 거기에 비하면 딸기우유에는 수사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딸기 향만 들었다. 그냥 딸기(과일)를 사서 먹기엔 너무 가난한 사람이 됐고, 본가에 내려가거나 하지 않는 이상 대개는 합성된 향으로만 그걸 소비할 수 있다.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을까. 요즘 나는 마음이 너무 괴로울 때는 쏘카에서 차를 빌려다 운전을 하곤 한다. 나는 내 소유의 자동차가 없기 때문에, 몇 시간 정도 운전을 하려면 현재로서는 쏘카가 최선의 선택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운전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그건 나중에 더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고, 아무튼 운전을 할 때 제일 좋은 점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평소처럼 방에 가만히, 시체처럼 누워있을 때 나를 잡아먹는 무서운 생각. 기분. 평소 생활이 그런 게 되었다는 건 확실히 슬픈 일이다. 누가 나를 구해줄까.
 
하여간 쏘카가 그렇게 저렴하진 않다. 괜찮은 선택이긴 하지만, 택시비 정도는 든다고 생각해야지. 그러니까 기분이 나쁠 때마다 타고 나갈 수는 없단 말이다. 나한테는 딸기 사 먹을 돈도 없는데. 이젠 내가 어쩌다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도 잘 모르겠다. 처음엔 분명히 내가 왜 우울할까 생각해 보면 뭔가 이유가 있었고, 그래서 많이 걱정하지 않았다. 이젠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이라 그런 걸 잘 모르겠다. 늦게 일어나서 하루가 다 지나가 버렸고, 그게 억울해서 잠을 못 잔다. 그럼 늦게 잠들고, 또 늦게 일어나겠지. 내가 그걸 몰라서 그러는 건 아닌데.
 
가난하고, 정신은 밑천이 떨어졌고. 최악의 궁지에 몰렸다. 이대로 계속 망가지고 싶지 않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른다. 하여간 지금 이랬던 걸 나중에 잊어버리지는 않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