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스스로의 청결을 유지하는 기본 전략은 더러운 것들을 한 군데에 밀집시키는 것이다. 현대의 생활 방식은 지속적으로 쓰레기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도록 구성돼 있다. 우리는 방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들을 쓰레기통에 모으고, 각자의 쓰레기통에서 나온 쓰레기들은 더 큰 쓰레기통에 모여 건물 밖으로 배출된다. 그것들은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매립지 같은, 일종의 굉장히 큰 쓰레기통으로 옮겨져 최종적인 운명을 맞이한다. 쓰레기통에는 주로 쓰레기 밖에 없으니 누구나 그것을 더럽다고 여기지만, 쓰레기통이 있기 때문에 나머지 공간이 쾌적하게 남아있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학교 석관동 캠퍼스에 있는 기숙사 천장관은 네 개의 복도가 중정을 둘러싼 모양의 정사각형 건물이다. 정사각형의 네 꼭짓점에는 계단이 있는데 원래는 계단마다 쓰레기통이 놓여 있었다. 몇 주 전부터 천장관 사무실에서는 쓰레기 분리배출을 한다며 모퉁이마다 있던 쓰레기통을 한 군데에 모아놓고 무단 투기를 하면 CCTV를 확인하겠다는 둥 무단 투기하는 관생들을 적발해 퇴관 조치 하겠다는 둥 하루에 세네 번씩 문자메시지를 보내댔다. 운이 나빠 반대편 방에 지내는 사람은 이제 단지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복도 두 개를 따라 왔다갔다 해야 한다(건물을 한 바퀴 도는 것과 마찬가지다). 건물 입구에 있던 재떨이도 있다 없기를 불규칙하게 반복하기 시작했다.
분리배출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쓰레기를 재질에 따라 나누어 배출하는 것을 말한다. 쓰레기가 매립되는 양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여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는 속도를 가능한 늦추고자 하는 것이 분리배출의 목적이다. 현재 서울시는 인천시, 경기도와 함께 1992년에 인천과 김포에 걸쳐 조성된 수도권 매립지를 이용하고 있는데 원래 수도권 매립지는 2016년을 끝으로 사용이 종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간 분리배출 비율이 높아지고 종량제 등이 효과를 보면서 쓰레기를 매립하는 양이 감소해 지난 6월 28일 3개 시•도는 수도권 매립지를 2025년까지 사용하는 데 합의했다. 특히 서울시는 이번 합의가 아니었다면 당장 쓰레기를 처리할 장소가 없어 쓰레기 대란을 맞을 뻔했다. 서울시가 지난 해 12월 “2017년까지 쓰레기 직매립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우리는 분리배출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분리배출을 더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분리배출을 하려면, 쓰레기를 종류별로 모아야 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더 많은 쓰레기통이 필요하다. 그러니 분리배출을 한다면서 쓰레기통을 더 많이 두지 않는 행정을 이해할 길이 별로 없다.
관생들이 각자의 방 등지에서 생겨난 쓰레기를 방 바깥에 있는 쓰레기통에 가져다 놓으면, 이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은 청소노동자의 몫이다. 청소노동자들은 주말에 일하지 않기 때문에 일요일만 되면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넘쳐나는 풍경을 예전에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천장관에서 쓰레기를 배출하는 방식에 관한 문제에서 먼저 논의되어야 했던 쟁점은, 분리배출을 하느냐 마느냐보다도 쓰레기통의 크기와 개수를 늘려야 할 것인가였다. 그리고 당연히 여기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주말만 되면 쓰레기가 넘치는 건 못 본 체하면서 우리 기숙사에서는 분리배출을 아주 모범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며 뿌듯해하고 있다면 그것은 꽤나 곤란한 일이다.
더군다나 이제는 쓰레기통이 한 군데에 모여있다. 쓰레기통이 가득 차면, 관생들은 보통 그걸 보고 자신들이 갖고 나온 쓰레기를 도로 가져가 고이 간직하기보다는 가능한 조심스럽게 그 위에다 자기 쓰레기를 쌓는 편을 택한다. 하지만 지구의 다른 대부분의 장소와 마찬가지로 천장관에도 중력이라는 것이 항상 작용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이 쓰레기로 지은 탑들은 모조리 무너져 온 사방에 널브러진다. 한데 뒤섞인 쓰레기들을 정리하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청소노동자의 일이다. 왜 이런 비효율적인 이중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구축하는가(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면서)? 이런 식의 분리배출은 분리배출을 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것은 어떤 장소를 관리하는 일의 책임감이라는 개념과도 연결해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앞에서 얘기한 재떨이도 마찬가지다. 늘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은 있던 재떨이가 잠시 없어졌다고 해서 거기서 담배 피우는 일을 당장 멈추지는 않는다. 근처 기둥에 붙은 공지문을 읽어 보면 재떨이를 치운 까닭이 사람들이 재떨이에 쓰레기를 버리기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사람들이 재떨이에 다른 쓰레기를 버리는 것에 대해 재떨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재떨이 옆에 쓰레기통을 두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안할 것이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분리배출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공간을 관리하는 단위에서는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분리배출을 덜 귀찮게 할 수 있을지 최선을 다해 고민해야 한다. 천장관의 경우에 답은 간단하다: 쓰레기통을 더 많이 비치하라! 도리어 쓰레기통이 있는 장소를 줄인다는 건, 이들이 행정이라는 것의 목적을 어느 정도 오해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일을 제대로 할 마음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라는 걸 뜻한다. 사람들이 아무 데나 쓰레기와 담배 꽁초를 버리지 않게 하려면 무엇보다 곳곳에 쓰레기통과 재떨이를 마련해 둬야 한다. 각 사람이 선진적인 시민 의식을 갖추는 것은 그 다음에 생각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