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노조 재능지부는 2007년부터 단체협약에 포함된 임금 삭감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2600일이 넘는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투쟁의 시작이 된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고 따라서 투쟁 또한 진행형이다. 이것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투쟁이기도 하다. <명자나무>는 8년째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학습지노조의 유명자와 강종숙에 대한 기록물이다. 그리고 이것은 노동 운동에 대한 영화이고, 노동 그 자체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유명자와 강종숙은 사실상 이 영화의 프로타고니스트다. 이후 안타고니스트들과의 갈등이 드러나며 인물들은 대체로 평면화된다. 그러나 <명자나무>는 인물들의 개인사를 나열하며 그로부터 감상을 이끌어내는 데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보다 영화가 강조하는 것은 이들이 모든 안 좋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투쟁하기를 멈추지 않는가다. 그것은 자신들이 싸움을 포기한 채 다른 직장에 가더라도 결국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이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재능교육의 노동자들이 맞닥뜨린 문제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 보편적인 것이다.
한편으로 투쟁을 다루는 영화이기에 여기에는 당연하게도 일련의 ‘운동’ 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젊을 때부터 ‘운동’ 했던 강종숙은 여전히 ‘운동’ 한다. 그의 ‘운동’을 보여주는 데 많은 장면들이 할애된다. 회사가 부린 용역 깡패들이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는 장면은 정신없이 난폭하다. 어떤 관객들은 이것들을 멀고 낯설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저들의 노동이 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까지 ‘운동’ 해야 하나?
그러나 21세기 한국에서 절대다수는 필연적으로 노동자다. 노동은 생존의 보편적 조건이다. 우리 모두는 노동하며 살아가야만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잊고 살아간다. 이곳은 자신을 노동자이거나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걸 잊어버리도록 끊임없이 권장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전경에서 강종숙이 연행되는 동안에도 배경에서는 ‘하이마트로 가요’ 하며 자본주의의 프로파간다가 울려 퍼진다.
<명자나무>에서는 개인들의 역사가 결코 노동과 떼어 놓을 수 없다는 것이—영화가 그것을 드러내놓고 주장하지는 않는데도—곧 밝혀진다. 그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나는 노동이라는 말에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특히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