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어제는 밤새 일했다. 그전에 일을 했으면 좋았을 시간, 그러니까 해가 아직 떠있을 시간까진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케이블 방송국 중에 채널 J라는 데가 있는데 주로 일본 방송을 들여와 보여 주는 곳이다. 거기서 틀어주는 일본 드라마 같은 걸 한참 봤다. <진>이라고, 어쩌다가 에도 시대로 타임슬립한 천재 외과의사의 이야기를 즐겁게 봤다. <노부나가 콘체르토>라는 또 다른 타임슬립 사극의 예고편도 봤다. 타임슬립 사극의 매력이란 뭘까? 아무튼 주인공이 에도 시대에 주위 사람들 도움을 받아 링거 주사를 만들어 내고 하는 걸 보고 있으니 꽤 재미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타임슬립을 해서 조선시대에 가고 그러면 거기 있는 사람들하고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얼른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고 싶겠지. 굳이 그런 걸 체험하고 싶지 않다.
두 시쯤에 씻었더니 잠이 다 깨서, 일하기 시작했다. "우린 그냥 앉아서 일을 한다"는 문장을 종종 떠올린다. 나는 앉는 시간대가 많이 늦을 뿐이지. 요즘엔 학과 논문집 편집하는 일을 하고 있다. 돈을 쥐꼬리만큼 준다고 해서 인디자인 연습 삼아 부담없이 하려고 한다. 대충 양식은 다 만들었고, 거기에 내용만 채워 넣으면 될 듯하다. 말은 간단하지만 산더미 같은 일일 것이다. 이번 해엔 유난히 논문이 많아서. 작년 논문집엔 네 편이 실렸는데 올해 논문집에 들어갈 논문은 열 편이다. 근데 한해에 입학하는 사람이 대충 열 명 정도는 되니까 졸업논문 수가 그렇게 많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대체로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처럼 꼬박꼬박 나가질 않으니까. 근데 항상 졸업생 수가 입학생 수보다 많으면 그 사이에는 다들 어디에 가 있는 거지?
아무튼 정신을 차렸더니 아침이 되어 버렸다. 오전 중에 인터넷 엔지니어(기사라는 말을 사용할 때마다 항상 이상한 기분이 든다)가 방문할 때까지 깨어 있었다. 열 시간쯤 자고 밤에 일어났다. 며칠 만에 씻었더니 깨끗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 몇 사람에게 송금을 하고, 밀린 <어드벤처 타임> 시즌 7 에피소드들을 챙겨 보면서 편의점에서 사온 김밥을 먹었다.
이번 주까지 다른 과 졸업영화제에 글을 하나 쓰기로 했다. 적어도 어딘가에 공개될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미루거나 늦추지 않아야 한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 글이랑 모아서 출판물 하나를 제작해야 하고, 그 일정이 논문집 편집과도 겹치니 앞으로 몇 주 동안은 꽤 바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