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내려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따가 아침에는 기차를 타고 다시 서울에 갈 것이다. 일주일 동안 언제나 괴로웠다. 매일 적어도 한 번씩은 부친으로 인한 괴로움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내가 함께 잘 지낼 수 있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다. 사실 그건 모친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그 사람은 '결정권을 가진' 것도 아니고, 아무튼 내게 피해를 덜 끼친다고 해야겠다. 물론 그 사람들이 나쁜 사람이라는 건 아니다. 그들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고,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지만, 하여간 그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어떻게든 여길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 드는 것이다. 얼른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니면 좀 덜 풍족한 집안이 되더라도 아예 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여기서부턴 아무런 쓸모 없는 상상이다. 내 부모는 아직도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싶어하고, 내 삶을 통제하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의식적으로 영향 정도는 끼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게 가장 불쾌하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그들에게 의존하며 살고 있는 이상, 그걸 피할 수도 없으니까. 둘이 아니라 하나였다면 나는 훨씬 더 자율적인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그때는 그게 좋은 걸 잘 몰랐을 것 같지만.
오늘 서울에 가면, 한 달 반 정도 있다가 다시 내려와야 한다. 내 미래를 꾸리는 데에 부모가 끼어들어 뭔가 바꿔놓는다는 게 불만족스럽다. 나라면 그런 선택을 하진 않았을 텐데. 뭐,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있다.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