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후보자들을 만나다 (1)

기호 1번 <혜윰> 김기욱(전통예술원 음악과 13)·김다예(영상원 방송영상과 13) 인터뷰

이번 주는 학생회 재선거의 재선거인 보충선거가 열리는 주다. 지난 해 말에 열린 선거에서 총학생회 후보는 나오지 않았다. 올해 초 열린 재선거에서는 단독 선본이 출마했지만 투표율 미달로 개표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두 선본이 나왔다. 전례가 없는 보충선거에, 경선이라는 점이 선거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4월 29일 저녁, 막 그날의 선거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두 선본을 직접 만났다. 후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뤄두었던 말들을 쏟아냈다. 두 선본은 분위기, 말투부터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까지 많은 점에서 대비됐다. 그러나 총학생회 일에 대한 열정은 마찬가지였다. 어느 쪽을 지지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학생들 각자의 몫이다. 과연 이번에는 총학생회를 뽑을 수 있을까?


자기 소개를 해달라.
김기욱: 안녕하세요. 14살 때부터 해금을 전공하고 있는 총학생회장 후보 김기욱입니다.

김다예: 안녕하세요. 바로 전 18대 영상원 부회장이기도 했고 이번에 김기욱 씨랑 19대 총학생회 부회장 후보로 나온 김다예입니다.


1번 선본의 거취 문제를 두고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안다. 많은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인만큼 이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기욱: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신뢰다. 그리고 전통예술원 회장직을 한 달 만에 사퇴한 것도 맞다. 그렇게 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어긴 셈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저도 이 일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부회장 친구한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총학생회 후보로 나오기 전, 전통예술원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수도 없이 제가 총학생회장 후보로 나가는 것에 대해 물어보았다. 만약 그때 저희 원 학생들이 반대했더라면 저는 나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원 학생들이 이해를 해주었고, 총학의 부재가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더라.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전통예술원 회장직은 현 전통예술원 부회장께서 맡아주실 것 같다. 실질적으로 회장 대리를 하고 있기도 하고, 전통원 학생들도 그렇게 알고 있다.

김다예: 저도 주변에서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영상원을 버렸다고 표현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버렸다’는 표현을 빌려서 얘기를 하자면, 저는 사실 버린 게 아니라 버리지 않기 위해 출마했다고 할 수 있다. 앞선 두 번의 영상원 선거가 무산된 뒤 제 러닝메이트가 더 이상의 출마는 무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러닝메이트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와중에 기욱 씨가 함께 총학생회 후보로 나가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본인을 후보로서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을 얘기한다면.
김기욱: 전통원 회장직을 사퇴하면서까지 총학생회 후보로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저는 학교와의 더 큰 신뢰를 지키기 위해 출마했다. 저는 지금 학생회의 위기가 찾아왔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학생회를 맡아야 하는 사람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예 씨는 작년에 영상원 부회장을 했고, 저는 19대 때는 한 달 만에 사퇴를 하긴 했지만 17대 때부터 학생회 일을 했다.

김다예: 저도 학생회의 위기, 무기력함과 그로 인해 비롯되는 학생들의 무관심, 또 재선거, 보충선거로 이어지는 사태를 누군가 나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솔직히 이 문제의 무서움은 제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두 번이나 선거가 무산되었고, 그동안 학생회 행사를 몸소 진행하면서 느낀 바이기도 했다. 그래서 학생회 경험이 있는 우리가 학생회의 현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가 만약 부총학생회장이 되고 영상원이 공석으로 남는다면 제가 영상원도 함께 안고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상원을 버리고 총학생회 후보로 나간 게 아니라 영상원을 버리지 않기 위해 총학생회 후보로 나간 거라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다.


대체로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나 관심이 매우 저조하다. 이에 대해 어떤 대안을 생각하고 있나.
김기욱: 학생회의 능력 부재에 대해서 반성하고 있다. 학생회가 학생들에게 다가서지 못했고, 오티와 체육대회를 학생회가 하는 일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있다. 총학생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과 자주 만나고 학생들에게 문제를 직접 들어보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학생회가 하는 일을 알게 되면 자연스레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강의 정보 시스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학생회 차원에서 독립적으로 준비하는 것인가 또는 학교본부 내지는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인 크누아넷 측과 협력하는 것인가?
김기욱: 크누아넷이랑 협력하는 것은 아니다. 크누아넷을 전교생들이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전통원에서는 크누아넷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강의 정보 시스템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서울대학교 SNUEV를 염두에 두고 낸 공약이다. 저는 우리 학교에도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싶어서 SNUEV 제작자이신 이두희 씨에게 연락을 드렸다. 그랬더니 이두희 씨가 감사하게도 이번에 SNUEV를 업데이트할 계획인데 더불어 한예종 것도 같이 만들어주겠다고 말씀하셨다. (웃음) 만약 이 일이 원할하게 진행된다면, 강의 정보 시스템은 총학에서 관리하고 이를 전담할 부서도 신설할 계획이다. 만약 선거에서 당선되지 않더라도 따로 추진하고 싶다.


아시다시피 생리공결제도에 관한 논의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 2013년 제17대 총학생회 당시 교학협의회에서도 이야기되었던 안건이다. 당시에는 결국 무산되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기욱: 이전에도 생리공결제도가 무산됐던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 악용될 우려 때문에 무산되었다고 알고 있다. 학교 측에서는 매달 한 번씩 여학생들이 생리통이 아니더라도 생리공결제도를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 하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진료확인서의 경우에도 이 문제는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아프지 않아도 거짓으로 꾸며낼 가능성이 있으니까. 악용하는 것은 결국 학생 본인의 손해라고 본다. 물론 이를 학생들의 자율성에 온전히 맡기기 보다는 제도적으로 악용의 여지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저희도 보건진료선생님의 사인을 받거나 하는 등의 보완책들을 찾고 있다.

김다예: 악용을 먼저 걱정하기보다는 제도적인 허점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는 게 우선시됐어야 하는데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학교 교양 수업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교양 수업을 늘리겠다는 공약이 다른 맥락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하고 싶다. 교양 수업의 양적인 증가가 질적인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추가적인 강사 임용에 따른 예산 문제, 수업 공간 확보의 문제, 강의편람에는 올라왔다가 신청하는 학생이 모자라 폐강되는 강의에 대한 대책 등도 고려해야 한다.
김다예: 단순하지 않은 문제라는 것은 인정한다.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고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교양 수업을 늘리는 걸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초동 캠퍼스 학생들은 교양 수업 선택권이 정말 적어서 똑같은 수업을 매번 반복해서 듣는 식이다. 이 공약을 필요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그 일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몇 명이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항에 대해서 발언은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과 실효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얘기를 나눠서 풀어야 하는 문제이다.


서초동 캠퍼스에 관심이 많다고 하던데.
김기욱: 서초동 캠퍼스 증축 공사 규모가 축소되고 시기도 미뤄졌다.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이 사실이 제대로 공지되지 않았다. 그리고 음악원, 무용원 학생들이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연습실을 편하게 쓸 수 없다는 거다. 연습실 키를 빌리려면 한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연습실이 부족한 것도 있고 연습실 키를 대여해주는 사람이 수기로 작성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김다예: 무용원 학생들은 쓸 수 있는 휴게실이 하나 뿐이고 크기도 작다. 남자 세네 명이 누우면 꽉차는 공간이다. 쉴 수 있는 곳이 없어 복도에 앉아 있고, 옷도 문 밖에서 갈아입는다.

김기욱: 별관 증축 공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의 연습실 확보라고 생각한다. 무용원은 학생회실도 없는 상황이다. 탈의실을 남녀가 같이 써서 샤워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수업과 공사를 병행하다보니 생길 수 있는 안전 문제를 챙기고 연습실을 늘리는 것은 모두 학생회에서 하는 일이다. 서초동 캠퍼스 학생들이 학생회에 무관심한 이유도 학생회가 먼저 신경을 못 쓴 부분이 있다고도 생각한다. 알게 모르게 서초동 캠퍼스가 소외되고 있지는 않았나고 돌아보게 되었다. 또 선거 유세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무용원에서 교양 과목이 공지도 없이 폐강되는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특히 무용원 같은 경우, 학생회도 꾸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그 사실을 알고 난 후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것은 문제 해결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점이 컸을 것 같다. 학생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몰랐기에 이런 상황에서 학생회의 도움을 받을 생각을 못했고, 이 문제를 알릴 방법도 찾지 못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건의 사항 중 학생회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것보다 학교본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 더 많다. 교학협의회도 그렇기 때문에 있는 자리다. 하지만 최근 몇 년을 돌아보면 교학협의회가 매번 성공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든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기욱: [학교본부와의 소통에 있어]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거에 나오기 전에 저는 이 공약들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직접 학교 측에 전화를 걸고 찾아가서 관련 사항을 물어봤다. 교무과 주무관들을 따로 만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교학협의회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협력이 제일 좋은 것 같다. 끈질기게 요구하는 일도 역시 중요하고. 그러다 보면 서로의 합의점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제가 만약 총학생회장이 된다면, 그 과정이 편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교학협의회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여태까지 몇 대에 걸쳐 축적된 학생회의 안일한 마음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제가 해야 하는 건 학교 측과도 그리고 학생들과도 소통을 원활히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활살자재(活殺自在)라는 말이 있습니다. 살고 죽는 건 자신한테 달려있다는 말이죠. 위기의 학생회에서 살고 죽는 건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치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서이다 기자·홍지수 수습기자, 사진: 안신호 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2015.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