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시간들에 대해 적어본다
블로그 주소를 또 바꿨다. 나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언제나 도망치기 위해 글자 몇 개를 교체하곤 한다.
요 몇 주 동안은 아무런 일도 하지 못했다. 문자 그대로 일을 전혀 못한 것은 아니고 그때그때 닥친 일들을 막아내기는 했다. 실은 어떤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몇 가지 고민들이 쌓여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그것들을 피로라고 부르고 싶다. 글도 쓰지 못했다. 무슨 짓을 해도 재미가 없고 도저히 이렇게는 살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한다. 무엇보다 몸이 언제나 피곤하다. 자전거도 타지 못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그때 뿐이다. 오늘은 더 이상 입을 다물고 있는 것만으로는 정말이지 버티기가 힘들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에 얼른 쏟아내 버리고 다시 책상에 앉을 것이다. 되도 않은 말이라도 아무렇게나 뭔가를 좀 써야 한다. 이런 때에는 좀더 침착할 필요가 있다.
몇 개월 아니면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이 연대-투쟁하는 걸 보고 있으면 알 수 없는 무력감이 생겨나서 참아내기가 힘들다. 왜인지는 알 길이 없다. 아마도 충분히 전략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또는 그 연대체에 속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말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때에는 지금 우리가 누구와 싸우고 있는 건지 알고 있기는 한 건지가 궁금하다. 그렇다고 내가 뭔가를 정말 열심히 해 보았다거나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전략적 구상을 갖고 있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우리들이(그들이) 실패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아마 우리들은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다. 그게 아니면,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고 그것을 자축하다가 아무 것도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결국 뿔뿔이 흩어지고 말 것이다(그리고는 잊혀진다). 어쩌면 사람들은 흩어지기 위해 뭉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관으로 과정을 부정해서는 안 되며, 말을 안 하는 사람이 말을 너무 많이 하는 사람보다 나은 점은 하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실패할 것이라는 믿음이 내가 느끼는 무력감의 본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무력감을 느끼는 지점은 그보다는—부분적으로는—‘어떤 서사를 믿어야(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고, 더 나아가서는 ‘서사가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이다. 그래서 뭘 어떡해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여간 실패를 바라는 사람은 없으며 그와중에도 뭔가를 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 당위가 오히려 몇몇 사람들을 내리찍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 볼 수는 있다. 그런 점에서 다른 희망과 마찬가지로 이 무력감 또한 공유하는 것이 어느 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희망의 서사를 굳게 믿는 사람들을 경멸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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